그렇게 여름이 간다


찌는 듯한 더위가 아직도 찾아오지 않았지만, 달력은 여름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. 여러모로 이상한 2020년의 특이한 계절이다. 첫 태풍은 말복을 앞두고 찾아왔고, 그 사이 대부분이 싫어할 듯한 장마가 끝없이 이어졌다.

지난 6월 나는 어느 노랫말처럼 아주 깜깜한 비나 내렸으면- 했는데, 지나칠 정도로 소원이 이뤄졌다.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나쁘다. 이렇게 한반도를 할퀼 정도까진 필요 없었는데. 피해를 입지 않은 도시가 없을 정도로 큰 화가 찾아왔다. 야구 일정이 겨울까지 미뤄진 것쯤이야 아무 일도 아니다. 그깟 공놀이는 안 해도 그만이니까.

인간은 자연 앞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새삼 느낀 계절과 시간이 삶을 통과한다. 그렇게 여름이 가고 있다. 먼훗날 2020년의 7월과 8월은 어떻게 기억되려나. 지금의 선명함이 그때에도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을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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k-seung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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